2022.09.20 (화)

학교소식

2022 오남고 신춘문예대회 수상작 모음

<2022 오남고등학교 신춘문예 대회 수상작 모음>

 

1. 경계선 …··…·· 3학년 임경아 (운문부문 최우수)

2. 짝사랑 …··…··· 3학년 정시우 (운문부문 우수)

3. 천상의 빛 …··· 2학년 김영광 (산문부문 최우수)

4. 나의 오두막 … 3학년 황단우 (산문부문 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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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부문 최우수작

경계선  (임경아)

 

나는 어릴 적부터 달리기를 잘했다.

운동회 때마다 항상 이어달리기 주자로 뛰었다.

누구보다 잘 달리는 것을 알아도 출발선에 서면 떨렸다.

그 하얀 경계선만 보면 속이 일렁였다.

그래도 땅 출발하면 1등이었다.

 

나는 뭐든 처음 하는 것에 겁을 먹는다.

처음 접하는 것은 어떻게든 하기 싫어 도망간다.

누군가에 이끌려 억지로라도 하게 되면 순간 그 경계에서 긴장한다.

그러나 1분만 지나가도 어느새 난 웃으며 재미를 느끼고 있다.

 

100명이 합격하는 시험에서는 1등도 200등도 떨지 않는다.

99등, 100등, 101등…….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 떤다.

 

경계는 언제나 나를 떨게 한다.

내가 잘하는 것도 재밌어하는 것도 경계 앞에서는 부담이 된다.

그 경계만 지나면 잘 해낼 것을 나는 알지만

나는 또다시 경계선 앞에서 나를 믿지 못한다.

 

너도 경계를 무서워한다.

너도 처음을 두려워한다.

우리는 모두 경계선을 경계한다.

그러나 그 선을 넘는 순간 우리는 별것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19살,

소년과 성인의 경계선

우리는 또 떨고 있다.

겪어보지 못한 성인의 세계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경계만 넘으면 누구보다 잘 해낼 것이라는 사실을

그렇기에 나는 경계는 믿지 못해도 너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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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부문 우수

짝사랑  (정시우)

 

‘만약’이라는 희망이 ‘역시’라는 절망이 되었을 때,

‘설마’라는 의문이 ‘역시’라는 확신이 되었을 때,

‘너도’라는 설렘이 ‘역시’라는 담담함이 되었을 때,

‘나도’라는 따스함이 ‘역시’라는 차가움이 되었을 때,

따뜻한 봄을 지내는 줄 알았던 나는 잠시 따스한 가을을 지내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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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문부문 최우수 (소설)

천상의 빛  (김영광)

 

1960년 어느 날 밤, 한 권의 책이 출간 되었다. 

그 책은 한 권의 시집이었는데, 어떤 다른 시도 따라갈 수 없는 독창적인 표현 방식과 인간의 뇌로 창작해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창의성이 담긴 내용은 뭇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고, 출간된 지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그 책은 일약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사람들은 당연히 이 책의 저자가 누구인지에 대하여 궁금해하였다.

그러나 책에는 그 어디에도 저자의 이름이 쓰여져 있지 않았다.

이렇게나 대단한 책을 써놓고 자신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다니, 누군지는 몰라도 대단한 괴짜이자 천재임이 틀림없었다.

그리하여 일루전 데일리의 기자인 나 존 마일러는 이 신비한 책, 천상의 빛(The light from heaven)에 대하여 파헤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우선 책의 출판사로 찾아갔다.

출판사의 건물은 런던 내의 구석진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 위치에서도 알 수 있듯 출판사는 그리 큰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안은 어떤 출판사보다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고, 나는 내 신분이 기자라는 것과 편집장을 인터뷰하고 싶다는 말을 크게 소리친 후에야 그 책의 출판을 도맡은 편집장에게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그는 꽤나 마른 사내였다.

그는 대뜸 내게 악수를 청했고, 맞잡은 그의 손은 온통 땀투성이였다.

그것을 통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그가 얼마나 바쁜 상황인지를 알 수 있었다.

급하게 만들어진 자리인 듯 주변의 책상은 아무렇게나 치워져 있었지만 나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눈앞의 남자에게서 어느 정도의 정보를 얻어갈 수 있느냐가 중요했으니까.

나는 가장 먼저 편집장에게 현재 가장 유명한 책인 천상의 빛을 출판할 기회를 어떻게 얻게 된 것인지에 대하여 물었다.

그는 한숨을 푹 쉬더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기자님께서는 이미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저희 출판사는 원래 그리 큰 곳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그는 쉴 새 없이 일하고 있는 주변 직원들을 한 차례 둘러보곤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나 바쁜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죠.”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달 전쯤, 그분이 저희 출판사를 찾아왔습니다.”

“그분이라고 한다면, 책의 저자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편집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에 대해서는 저도 알지 못합니다. 원고를 읽어본 후 너무 놀라운 나머지 무레인 줄 알면서도 그에게 이 책을 당신이 쓴 것이냐고 물었습니다만, 그저 웃어보이더군요.”

“그렇다면 그가 누군지에 대하여 알 수 있는 단서 같은 건 전혀 없었나요?”

“그건 아닙니다. 그렇잖아도 원고를 맡기면서 본인의 집 주소를 주고 갔거든요. 혹여 책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있거든 알려주라면서요.”

나는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책에 대해 알기 위해 이 출판사에 찾아온 사람이 제가 처음이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러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당연히 아니죠, 책이 출간되고 나서 많을 때는 하루에 수십 명씩도 찾아왔었습니다.”

“예? 그렇다면 그들 모두 이 주소를 알아갔다는 말씀이신가요?”

“그건 아닙니다. 그분이 주소를 건네시면서 한 마디를 덧붙이셨었거든요.”

무슨 말이었길래 이 주소가 나에게로 오게 된 것일까, 나는 궁금증에 귀를 기울였다.

“별말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제 눈길을 끄는 한 사람에게만 주라고 하시더군요. 그 외에는 출판사 내부에 발도 못 붙이게 하라면서요.”

그제서야 하루에 수십 명씩 찾아왔다는 출판사 내부에 왜 인터뷰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것인지를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눈길을 끌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도 처음 듣고는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고 그냥 가버렸죠. 하지만 방금전 당신을 보는 순간 이해가 됐습니다. 당신에게선 묘한 느낌이 나거든요, 마치 그분처럼.”

내가 선택받았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기는 했지만, 편집장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편집장은 빙그레 웃어 보였다.

“무슨 생각이 드시는지는 압니다. 하지만 저도 딱히 설명해드릴 방법이 없군요. 아무래도 그 주소로 찾아가 보실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그 뒤로도 나는 편집장에게 몇 가지를 더 물어보았다.

그는 그때마다 자신이 아는 것을 내게 성의껏 대답해 주었고 30분쯤 뒤, 나는 주소가 적혀진 종이 한 장을 받아들고 건물을 나왔다.

곧바로 검은색 택시를 잡은 나는 적혀진 주소로 향했다.

종이에 적힌 장소는 그리 멀지 않은 한 숙박업소였다.

허름했지만 어딘지 고풍스러운 느낌을 풍기는 그런 건물이었다.

나는 종이의 내용대로 건물의 가장 꼭대기 층인 4층에 위치한 403호로 향했다.

계단을 하나씩 올라설 때마다 나는 점점 흥분되는 것을 느꼈다.

내가 지금 만나러 가는 이가 정말 이 책을 쓴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최소한 책과 밀접하게 관련된 인물임에는 분명했다.

4층으로 올라가서 403호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러자 문 앞에 웬 남자가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남자는 나를 보더니 이내 가까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존 마일러 씨.”

“그쪽은 누구.. 아니 그보다, 당신 내 이름을 어떻게 아는 겁니까?”

나의 반응에 그는 그저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그가 편집장이 말한 이임을 알 수 있었다.

“제가 당신에게 말해드릴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뿐입니다. 당신은 저 403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

그의 말에는 항거할 수 없는 힘이 있었고, 나는 무엇에라도 홀린 듯 그를 따라 403호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좁은 원룸식 방이 한 눈에 들어왔다.

빈말로라도 정돈되어 있다고 할 수는 없는 방이었다.

온갖 종이들이 글로 빼곡히 채워진 채 방 곳곳을 나뒹굴고 있었고, 연필 몇 자루가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생뚱맞게도, 방 한가운데에는 은빛 웅덩이가 찰랑거리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당황하고 있는 나의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선, 제가 그 책, 천상의 빛의 저자가 아니라는 것부터 밝혀야겠군요. 그 책은 이 403호에 살던 사람이 쓴 것입니다.”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저기에.”

그의 손가락을 따라간 곳에서 시선을 멈춘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웅덩이가 이 책의 작가란 말씀이십니까?”

“네.”

그는 어딘가 서글픈 표정으로 웅덩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너무나 슬퍼 보여서, 순간 저 웅덩이가 정말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기자, 금세 냉철함을 되찾고는 말했다.

“계속 농담을 하실 거라면 이만 나가겠습니다. 책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면 바빠서요. 지금 일은 시간 낭비한 셈 치겠습니다.”

그러자 그는 품에서 한 권의 다이어리를 꺼냈다.

“이왕 시간 낭비하신 거 조금만 더 하시는 건 어떠십니까? 이 다이어리만 읽어봐 주신다면 그땐 마음 내키는 대로 하셔도 좋습니다. 아마 기자님께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나 남자의 말은 하나도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가 다이어리를 꺼낸 순간, 이미 내 온 신경은 그것에 쏠려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그 다이어리가 나를 끌어당기고 있다는 것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홀린 듯 남자가 건네는 다이어리를 받아들고 읽기 시작했다.

다이어리의 내용은 이러했다.

남자는 시인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린 시인은 아니었다.

주간지에서 열리는 시 대회에 응모하여 입상을 몇 번 했을 뿐인, 그저그런 시인.

남자는 자신이 재능이 없음을 알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시상과 영감이 떠올랐었지만, 그게 그저 입상 수준의 것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는 그마저도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남자는 글을 썼다.

보잘 것 없는 자신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것은 시가 유일했으니까.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적어도 남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남자는 자신의 유일한 공간인 어느 숙박업소의 단칸방에서 시를 쓰고 있었다.

“이게 아니야!”

몇 주만에 떠오른 그럴듯한 시상에 한 줄기 희망을 품고 써왔던 시였지만 완성된 시는 지금까지 썼던 여느 시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버린 남자는 책상에 머리를 맡겼고, 이내 잠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창밖에서 들려오는 기묘한 소리에 남자는 잠에서 깨어났다.

어떤 악기로도 흉내조차 낼 수 없을 것 같은 소리가 남자의 귓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마치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그 소리를 들은 남자는 어떠한 희열로 가득차고 있었다.

지금 시를 쓴다면 굉장한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남자는 글쓰기를 잠시 보류했다.

지금은 무엇보다 소리의 근원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다.

전에 없이 또렷한 걸음걸이로 창을 향해 다가간 남자는 시에 집중하기 위하여 쳐 두었던 커튼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러자 소리의 근원이 곧바로 남자의 눈 속으로 들어왔다.

그것은 어떠한 빛이었다.

그는 그 빛을 보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천상의... 빛.”

그러나 남자가 그 말을 뱉자마자 빛은 그것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소리를 멈춰버렸다.

“아...”

멈춰버린 소리에 남자는 자신이 무언가 단단히 잘못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황급히 커튼을 닫았다.

그러나 잠시 뒤,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이번에 들린 소리는 천상에서 내려오는 것만 같았던 이전의 소리가 아닌, 마치 무저갱에서 끊임없이 끓어오르며 올라오는 무언가의 비명 같은 소리였다.

그 끔찍한 소리에, 남자는 이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

시간이 흘러, 남자는 다시 깨어났다.

소리는 이미 사라져 있었지만, 그것이 남자에게 남긴 영향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목적을 잃고 죽어가던 그의 눈은 생기를 되찾은 것을 넘어 깊은 현기를 담고 있었고, 그의 머릿속은 터져 나오는 에피파니로 인해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 깨달음들은 멈출 줄을 모르고 터져나와, 이윽고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남자의 뇌는 이를 감당할 수 없었고, 그것을 억제하기 위해 남자는 떠오르는 모든 내용을 시로 옮겨 적기 시작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에피파니의 홍수는 멈출 줄을 몰랐다.

며칠을 식음을 전폐하고 글을 쓴다면 지쳐 쓰러져야 정상이지만, 남자의 몸은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불태우고 있었다.

2주가 지났다.

남자의 몸에서는 어떠한 초자연적 형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2주 동안의 전심을 다한 글쓰기는 인간의 육체로는 버틸 수 없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남자의 몸은 점점 유체가 되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글쓰기를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더 흘러 삼주 째로 접어들 무렵, 드디어 넘쳐흐르던 깨달음이 끝이 났다.

에피파니의 상태가 중단되었다기보다는, 남자의 몸과 뇌가 진정한 한계를 맞이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방 안에 놓인 수백 장의 종이를 바라보았다.

이류 시인에 불과했던 자신이 이런 작품들을 써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고, 그런 자신이 너무나도 대견했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쓰러지고 싶었지만, 남자에게는 마지막으로 할 일이 남아있었다.

이 글들을 쓰면서, 그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이 쓰는 것들은 인간에게 허용된 깨달음이 아님을.

이 모든 것들이 세상에 풀렸을 때에 찾아오게 될 혼란을.

다행스럽게도 시로 쓴 것들은 자신의 재능과 비례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보여져도 될 것 같았지만 직접적으로 쓰여진 것들은 아니었다.

남자는 젖먹던 힘을 다해 자리에서 일어나 시로 쓰여진 것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한 데 모았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종이의 산 위로, 남자는 허물어지듯 쓰러졌고, 그제서야 완전히 유체가 되어버린 남자의 몸은 자신의 몸에 닿은 모든 종이를 사라지게 하며 하나의 웅덩이로 남게 되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팔짱을 낀 채로 벽에 기대어 있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대체 뭡니까?”

나의 질문에 그는 진중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한 달 전, 이곳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그렇다면 더욱더 말이 안 되는군요. 다이어리의 내용을 보면 그는 분명 계속해서 혼자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이어리는 누군가가 그런 그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관찰한 것처럼 쓰여 있었죠. 그도 그 소리를 함께 들었다면 이곳에 웅덩이가 둘이어야 정상인 거 아닙니까?”

비꼬는 듯한 나의 말에도 그는 그저 빙그레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어쩐지 맘에 들지 않아 내가 한 마디 더 쏘아붙이려는 순간, 어떤 소리가 나의 귀로 들어왔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내 몸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굳어 버렸다.

이 세계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소리라고 표현한 것이 이해가 갈 것만 같았다.

이런 소리를, 인간의 언어로 형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간신히 눈만을 굴려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기분 나쁘게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상황에서조차 변함없는 그의 모습을 보자, 굳어있던 내 몸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나는 힘겹게 몸을 옮겨 창틀로 다가섰다.

왜 그렇게 하는지는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이윽고 나는 그 시인이 했던 것처럼 창문 앞에 섰다.

그리고, 커튼을 잡아 열었다.

빛이 존 마이어의 망막으로 아무런 저항 없이 흘러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는 창가 앞에 서 나직히 한 마디를 뱉었다.

그는 그 말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의 입은 이미 그의 통제를 벗어나 있었다.

“이런 건, 빛이 아니잖아...”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실종된 기자 존 마이어의 마지막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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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문부문 우수 (수필)

나의 오두막  (황단우)

 

사실 우리는 생각보다 정의롭지 못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그런 것들 천지다. 우리가 다니는 학교조차도 불공평과 부정의가 넘쳐난다. 그런데 그냥 참는다. 나는 개인이고 개인은 언제나 약하기 때문이다.

학교는 모르는 것을 배우는 곳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배우는 것은 경쟁과 열등감이다. 쇠고기 등급처럼 나눈 9등급제에서 나의 위치는 초라하다. 만일 1등급이었다면 생각이 바뀌었을까? 아닐 것 같다. 학교라는 시스템에서 우리는 등급의 노예이기 때문이다. 교실에선 아무도 질문하지 않는다. 진도는 이미 학원에서 다 나간 뒤라 더 물어볼 것도 없다. 스승과 제자가 논쟁을 벌이지 않는 학교가 인간의 역사에서 존재했던 적이 있었던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교실에선 논쟁보다 암기를, 협력보다 경쟁을 배우느라 바쁘다.

한 번은 어떤 친구가 나에게 점수를 물었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 친구는 자기 점수는 감춘 채 다른 애들에게 나의 초라한 점수를 말하고 다녔다. 그럴 수도 있다. 오직 시험이라는 목표만이 중요한 곳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상이다. 마트를 지나는데 작은 어항 속의 정말 작은 물고기를 본 적이 있다. 나 같았다. 이리저리 헤엄쳐도 부딪히는 것은 벽뿐, 벗어날 길이 없다. 우리가 지내는 학교는 이제 배움의 터전이 아닌 작은 어항처럼 숨이 막힌다. 그러나 참아야 한다. 마치 국룰이라도 된 것처럼 우리는 오늘도 참는다.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달랐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이상한 방식으로 비웃었다. 그가 선택한 것은 탈출이었다. 현대 사회를 멀리서 바라보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도시를 탈출한다. 그 용기는 대단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그의 고민이다. 그의 탈출기 혹은 여행기를 적은 책이 바로 <월든>이다. 소로는 현대 사회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세월을 보내기로 결심한다. 처음엔 모든 것을 이룬 사람의 객기 같은 것이 아닐까 하고 비웃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읽으며 느낀 감동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월든>의 이야기는 자연 그 자체였고 아름다운 인생이 있었다.

 

"가장 심오하고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란 가장 멀리 여행하는 사람이다"

 

인상적인 문장이다. 소로의 마음과 사상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기에 누군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업적이나 능력, 지위나 명예가 아니다. 경험을 통해 무엇을 기록하고 얼마나 성찰했는가가 중요했다. 그는 어떤 책을 썼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바라보고 행동으로 옮겼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했다. 또 어떤 경험을 했고 그것을 토대로 얼마나 멀리서 세계를 바라보는지가 중요하다는 문장을 읽으며 마음이 벅찼다.

나는 멀리서 바라본 적이 없었다. 항상 그 안에 있고 그 속에서만 생각한다. 멀리서 바라보는 나를 경험한 적이 없는 고지식한 사람이다. 그래서 소로의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도 조금 떨어져 학교에 속한 우리를 바라보았다. 모두 어른이 되는 과정을 밟고 있었다. 우리는 다양한 지식과 인내심을 배우고 있었다.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었으며 성실하게 학습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친구들과 경쟁도 하고 서로를 미워하기도 하면서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를 분별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끔 실망도 하고 좌절도 하면서 결국 서로를 인정하고 있었다.

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중학교 때와 달리 전교권의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어느 날 운이 좋아 잘하는 것이 아니다. 참고 견딘다. 누군가는 공부하는 데 필요한 지능이 우수해서 잘할 수도 있지만 그런 친구들도 노력이 필요한 것임을 이제는 알고 있었다. 수행 평가와 대회, 지필 평가까지 합해 최선을 다하는 친구들도 많다. 그리고 힘든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책을 읽으며 멀리 떨어져 나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것을 배웠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월든>이 먼 곳으로 탈출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 것임을 알게 되었다. 역시 철학자들은 멋지다. 철학사상가의 생각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를 객관화하게 만드는 힘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정의롭지 못한 세상이라고 비웃었던 나를 바라본다. 소로는 나에게 말한다. 정의는 각자가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너의 정의는 무엇인가? 각각의 개인이 자유를 느끼는 것, 자신의 위치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국가나 사회가 개인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지금의 학교에는 없다고 했던 논쟁, 정말 없었을까? 생각해보니 작년 2학년 때 담임선생님과 운동장을 걸으며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했었다. 선생님께서는 최대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려 노력하셨다. 그런 식의 상담은 처음이었다. 논쟁은 아니지만, 선생님의 개인적인 의견을 듣고 나의 어려움도 말하면서 스승과 제자로 지내는 학교라는 공간이 나쁘지 않았다.

고백하자면 3학년이 되어 듣게 된 <윤리와 사상> 수업에 가슴이 미칠 것처럼 뛴다. 설렌다. 성적은 낮고 하루는 길고, 고 3은 무겁지만, 윤리와 사상 수업을 들으며 나는 행복하다. 밖에서만 두리번거리던 유교에 대한 관심이 성리학의 본질에 다가가면서부터 설렘은 행복으로 바뀌었다. 점수 때문에 힘든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행복한 순간들도 많다는 것을 느낀다. 오늘도 나는 학교에 있다. 소로가 그런 것처럼 숲으로 가서 오두막을 짓고 <월든>의 일상처럼 살고 싶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멀리 떨어져 현재의 나를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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